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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본다이 정션 쇼핑몰 흉기난동 사건에 관한 이해

룰루띠 2024. 4. 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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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본다이정션 쇼핑몰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이 지났다.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마음 아파하고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젯밤 집에 오는 길이었다. 우리 집은 기차역에서 3분이면 걸어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약간 언덕이 진 길이고 서울처럼 밝은 가로등이 없다. 에어팟을 끼고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듣고 있었다. 저녁 6시 초처녁이었지만 가을로 들어 선 시드니는 어두 었다. 걷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바로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작은 여자분이었다. 그분이 덩치가 큰 남자가 아니고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한 순간,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호주 미디어의 태도

며칠 전부터 범인의 부모 얼굴이 뉴스에 노출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호부 브리즈번에서 약 한 시간 반가량 떨어진 투움바라는 조용한 도시에 살고 있다. 그는 티브이에 나와 울먹이며 자기 아들이 한 일에 대하여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어디 사는지, 그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십몇 년 이상 조현병을 앓고 있던 정신질환 환자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고한 6명이 희생되고 아직 여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중엔 9개월 된 아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인 부모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수 있을런지. 이차 가해가 생산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며칠 후 다시 시드니 다른 지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기도 헀다.
미디어가 범인 부모의 신상을 노출시킨 것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이들은 그의 부모를 비판하기도 한다. 왜 아들이 그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했냐고 한다.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범인은 이십 년 이상 질병에 시달려온 환자였다. 물론 그가 한 일은 정말 극악무도하다. 하지만 그는 40살의 성인 남자였다. 그의 부모는 70대의 노인이다. 세 살 먹은 남자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또래 아이들을 다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물며 40살 성인 남자를 70대의 부모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그런 중증의 정신질환 환자가 약물을 끊는 것을 선택하고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이 나는 더 무섭다. 최소한 그 지역의 경찰들은 그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범인에 대한 기사는 그가 젊은 시절에 데이트를 했던 여성의 사진(본인제공)과 이름, 그가 남자 에스코트로 광고를 게제한 것 등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중이 알아야 하는 내용인지 의문이다. 미디어의 태도가 정말 아쉽다.

호주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안

범인은 17세 때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18년간 병에 대한 치료를 받다가 몇 년에 걸쳐 약물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사들이 그에게 경고를 주었다고 한다. 35세이 2019년에 자신의 고향인 투움바를 떠나 브리즈번으로 갔다. 6개월간 약 없이 지내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아무에게도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고 한다.  그가 못 배우고 스마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는 대학 졸업자였다. 또 기사들의 내용을 보면 그는 소셜미디어에 같이 서핑할 사람을 구하는 등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원했다고 한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한국보다는 낮아서인지 호주에는 정신병 환자의 수가 한국보다 더 많아 보인다. 주변에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다이 정션 쇼핑몰 앞 추모공간이 조성되었다



어제 일이 있어 본다이 정션에 들렀다. 잠깐 시간을 내서 쇼핑몰 앞에 사람들이 조성해 놓은 추도공간에 들러보았다. 충격에 빠진 어떤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을 찾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경우 범인이 그 대상이 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 보인다. 앞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 중증 정신질환 환자들을 관리하는 의료시스템 정비가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하여 아픔을 겪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사내용출처: https://www.abc.net.au/news/2024-04-17/joel-cauchis-path-stabbing-attack-bondi-junction-shopping-centre/103728968?utm_source=abc_news_app&utm_medium=content_shared&utm_campaign=abc_news_app&utm_content=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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