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다 쉬는 거야? - 호바트
태즈매니아는 호주 밑에 위치한 섬입니다. 섬이기는 하지만 크기가 대한민국의 2/3 정도가 되는 아주 큰 섬입니다. 퍼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즈매니아로 날아왔습니다. 당시에는 저가항공이 없어 국내선도 상당히 비싼 시절이었는데, 다행히 국제항공권을 가진 사람에 한하여 국내 도시간 편도를 약 $300 정도에 살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이것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때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즈매니아에는 토요일 밤에 도착하였습니다. 대책도 없이 도착한 호바트 공항 앞에 백패커스에서 나온 삐끼(호객인)들이 우리 커플을 기다리고 있었고 순순히 그의 손에 이끌려 시설도 꽤 괜찮은 백패커스에 묵게 됩니다. 사람이 없어서 6인실에 우리 커플 둘만 묵게 되어 아주 좋았습니다. 태즈매니아에서는 차를 빌려 약 열흘간 여유롭게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봅니다. 아니 웬일입니까. 문을 연 곳이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걸어 걸어 호바트 항구 근처까지 걸어갔습니다. 거기 아주 조그만 키오스크에서 피시 앤 칩스를 팔고 있었습니다. 너무 다행이란 생각으로 피시 앤 칩스를 사서 먹고 있는데, 갈매기들이 삥을 뜯으러 다가옵니다. 먹을 거에 대한 집착이 아주 많은 데다가 배까지 아주 고팠으므로 갈매기들에 진지하게 화를 냅니다.
호바트 시내를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KFC를 발견합니다. 여기서 먹은 치킨이 정말 맛있어서 눈물을 흘리며 먹었고 호주 KFC는 다 이런 거냐며 감동을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먹은 KFC 치킨은 아주 별로였습니다. 지금도 동네마다 맛이 다릅니다. 왜 이런 거죠.
운전대 오른쪽에 있는 거 실화입니까
이때만 해도 저는 운전면허가 없었으므로 운전은 엑스가 다 하기로 합니다. 호주는 영국처럼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고 차선은 왼쪽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우회전은 여기서는 좌회전이 됩니다. 또 라운드어바웃이라고 해서 알고 보면 편한 시스템인데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떨리는 회전교차로가 있습니다.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무조건 오른쪽에서 오는 차에게 양보할 것. 아무리 이십 대의 빠릿빠릿한 남자라도 운전이란 게 습관과 가까워서 자칫하면 역주행이 되기 십상입니다. 물론 남자친구는 역주행을 시전 해주셨고 사람들은 보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헷갈리면 무조건 다른 차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눈 앞에 차가 없어지는 순간, 역주행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아무튼 자유를 만끽하며 태즈매니아를 구석구석 여행하였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호주나 뉴질랜드나 동쪽해안가가 더 발달되어 있고 볼게 더 많습니다. 우리는 동쪽해안가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루트를 선택하였습니다.
태즈매니아에서는 영어가 더 고생을 합니다. 우리나라에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이분들도 사투리를 하십니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던 때의 일입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추천한 펍에 가서 방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흔하진 않지만 이때만 해도 일층에 펍, 이층에는 호텔인 형태의 숙소가 많았습니다. 주인은 방이 있다며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일층에 펍이 있고 이층에 아무나 다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어 걱정된 저는 주인에 물어봅니다. "Is it safe here? 주인이 제 짧은 영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아 간단한 말인데 왜 못 알아듣지? "Is it safe? 역시나 못 알아듣습니다. 종이와 펜을 주섬주섬 꺼내 적습니다. 'safe' 주인이 답합니다. "아~~~ 사이프. 응 사이프 하지." 사이프 하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건 약과였습니다. 엘리스 스프링스에 가니 사람들이 크로커다일 던디처럼 말합니다.
아기의 요람처럼 생겼다고 크레이들 마운튼
포트아서 - 스완시 - 콜스베이 - 비체노 - 론체스턴을 거쳐 크레이들 마운튼에 도착합니다. 호주의 산들은 대충 구릉처럼 생기다만 느낌의 모양인 경우가 많은데 이 크레이들 마운튼은 생긴 거부터가 한 산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관광객에게 애교를 떨며 음식을 삥 뜯는 월러비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뭐가 월러비인지 캥거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체로 작으면 월러비, 크고 근육이 있어 오빠라고 불러야 할 거 같으면 캥거루라 칩니다. 아무튼 이 월러비들에게 홀려 사과를 계속 집어줍니다. 태즈매니아는 사과섬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몇년 전에 갔을때도 있던데, 사과를 한 봉지씩 담아 놓고 자율적으로 돈을 내고 가져가게 하는 무인 가판대가 섬 곳곳에 있습니다. 사과가 약간 작은데 맛은 너무 좋습니다. 역시 나무에서 바로 딴 사과가 제일 맛있습니다.
크레이들 마운튼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산에 올라가는 걸 그다지 즐기기 않는 저는 30분짜리를 선택합니다. 그래도 마치 고생대에 와 있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산 입구에는 크레이들 마운튼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무로 된 오두막이 있습니다. 놓칠 수 없는 사진 스팟이니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줍니다.
크레이들 마운튼을 떠나 세인트 클레어 호수에 들릅니다. 정말 이국적인 풍광에 넋을 잃고 사진을 찍다가 다시 운전을 하고 가던 중 밤이 되었습니다. 갈 길은 먼데 차에 페트롤은 떨어져 가는 아찔한 경험을 합니다. 다행히 차는 서지 않았고 가까스로 도착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그 옆 컨테이너를 개조한 숙소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호주 동물 웜벳을 보게 됩니다. 마치 작은 곰처럼 생긴 것이 굴러서 다닐 것 같이 통통하고 귀여워 너무 좋아합니다. 코알라, 웜벳, 월러비 다 야행성 동물들입니다. 특히 한적한 시골길을 해질녁에 운전하면 갑자기 월러비들이 튀어나와 차 옆으로 함께 뛰는데 아주 위험하다고 합니다. 몇년 전 크레이들 마운튼 근처에서 이 경험을 하였는데 저는 너무 환상적이었습니다.
Ross는 일본만화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이 되는 베이커리가 있어 더욱 유명해진 태즈매니아의 마을입니다. 건물들도 아름답고 마을 앞 실개천에 놓아진 다리도 아주 멋진 곳이지 꼭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태즈매니아 여행을 마치고 이제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구 에어즈락)로 날아갑니다. 여기서 또 고생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게 됩니다.
호주 안셋항공 타보신 분 자진신고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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