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년 전에 한국에서 호주로 오는 길에 발리에 들러 여행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난 왜 사람들이 발리 발리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갔다. 일단 발리는 다른 동남아와 다르게 바다색이 안 이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칙칙한 바다를 구경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발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일단 왜 사람들이 발리에 빠져드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대체로 발리 사람들은 순하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해서 불순하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선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동남아에 가면 의례하게 되는 돈 실랑이를 많이 안 해도 된다. 그들이 원하는 돈이 그리 큰돈도 아닌데 내가 좋은 마음에 선뜻 주는 것과 아등바등 눈속임으로 억지로 주게 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발리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음식이다. 어디를 가도 평타는 치는 것 같다. 여행이 주는 커다란 기쁨 중의 하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호주 여행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다. 시드니, 멜번, 퍼스 정도의 큰 도시들은 문제가 없지만 작은 도시나 타운에 가면 맛있고 퀄리티 좋은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7월에 약 열흘간 발리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갔는데, 둘 다 살이 쪄서 돌아왔다. 대체로 음식들이 신선하고 맛있어서 세 끼를 착실히도 챙겨 먹어서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나는 강, 바다, 산이 어우러진 여행지를 좋아한다. 일단 그런 곳은 음식이 맛있고 즐길 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호주의 누사를 좋아한다. 일단 발리는 섬이므로 다양한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폭포도 다양하게 많다. 힌두교에 기반한 문화로 인해 멋있는 사원들도 있고 산도 있어 트래킹도 가능하다. 또 무엇보다 소중한 우붓이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데 정말 특별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다. 살면서 딱 두 군데를 방문했을 때 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 곳이 울룰루였고 다른 한 곳이 바로 우붓이었다.
올해 6월 즈음에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일이 많아 피곤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이 더해졌다. 또 구상하고 있는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과연 이대로 진행해도 되는지 의심으로 가득 차 돌파구가 필요했었다. 하지만 난 돌파구를 찾는 대신 우회를 하기로 했고 그 대안이 발리 여행이었다. 발리 우붓에서 한 일주일을 푹 쉬면서 요가하고 생각하는 계획을 했고 혼자는 너무 심심할 테니 엄마를 설득하고 비행기 표를 샀다.
와... 근데 비행기 표 값도 그렇지만 호텔은 왜 이리 오른 거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두세배 가량 올라있었고 달랑 여행 한 달 전이라 그나마 선택지도 별로 없었다. 웬만하면 호텔 예약에 실수를 안 하는데 이번에 크게 당했다. 도착하기 전까지 정말 알 수가 없었던 게 예약사이트에 숙소 사진이 엉망으로 뒤섞여 있던걸 몰랐었기 때문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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