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저번달에 엄마 생신기념 점심을 먹었던 리플스 차우더베이에 관해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리플스는 Forte Hospitality Group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에요. 주로 전망 좋은 위치에 고급 요리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차우더베이는 시드니에서 좀 더 프라이빗한 비치를 방문하고 싶으실 때 와보실 만한 곳이에요. 낚시도 가능해서 온 가족이 주말을 즐기며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엄마 생신 기념으로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원했기 때문이고요. 살짝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서였기도 했어요. 또 지금 스프링 프로모션으로 3코스 $69으로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마지막까지 단품주문을 할 것인가 세트메뉴를 먹을 것인가 고민을 해보았으나 처음 가보는 곳인 만큼 다양하게 세트메뉴로 즐기기로 했어요.
차가 없이는 방문이 살짝 불편한 곳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부촌 중 하나인 모스만을 방문하실 수도 있고 수영하기 좋은 발모랄 비치도 함께 방문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일단 시드니 항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이동시에는 윈야드 스테이션이 중심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윈야드 기차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10 정거장 후에 Military Rd after Raglan St에 내려 다시 111번을 타고 차우더베이에 내리셔서 2분 정도 걸으시면 레스토랑에 도착하실 수 있어요. 버스를 타고 오는 길도 상당히 경관이 좋아요. 레스토랑에서 따로 제공하는 파킹장소는 없고요. 근처에 미터파킹이 있으니 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창가에 가까운 좋은 자리를 배정받아 착석했고 음료를 먼저 시켰어요. 요새 시드니 고급레스토랑에서 꼼수(?)를 부리는 것이 물을 인당으로 차지하는 일인데요. 소다수 만드는 기계들을 들여와 다회용 물병에 부어 계속 공급하면서 일인당 $5-6의 가격을 받고 있어요. 일단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을뿐더러 현실적으로 병세척이 깔끔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저는 맘에 들지 않더라고요. 제가 말릴 새도 없이 동생이 시켜버렸네요. 굳이 스파클링 워터를 마시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돗물 '탭워터'를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호주 술 파는 곳에서 무료 식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불법입니다. 한국인들은 좋아라 하지 않지만 호주인들은 수돗물을 즐겨마십니다. 저는 수돗물 자체의 품질보다는 배관들의 상태에 대한 걱정으로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는 않는 편이에요. 호주에는 백 년이 넘는 건물들을 상당히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들 건물의 배관청결상태가 좀 의문이어서요.
세명이니까 나눠먹을 심산으로 여러가지를 고루 시켰습니다. 애피타이저랑 메인으로 각각 세 가지 초이스가 있고요. 디저트는 두 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애피타이져로 칼라마리랑 비프 타르타르를 시켰어요. 우리 식구 중 누구도 베지테리언이 될 생각은 없어서 가지요리는 패스했고요.
칼라마리 비프 타르트르 모두 맛있었어요.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해서 좋았어요.
메인은 스테이크와 바라먼디를 시켰는데요. 바라먼디는 고급어종으로 민물과 바닷물에 모두 살고 생에 초기에는 수컷으로 태어났다가 후반에는 암컷으로 전환되는, 자연적인 성전환이 이루어지는 이상스러운 물고기로 알려져 있어요. 연어와 함께 호주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생선 메뉴예요. 맛은 담백하고 식감이 다른 생선들에 비해 쫄깃한 편입니다.
스테이크도 상당히 맛있었는데요. Wagyu Tri-Tip이라고 멋있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럼프스테이크였어요. 스테이크 부위 중에서는 가장 싼 편에 속합니다. 호주 펍(Pub)에 가면 전에는 십불 스테이크 이런 메뉴가 미끼 상품으로 있었거든요. 물가 때문에 이젠 추억이 되었네요.
디저트는 초컬릿 퐁당과 레몬 머랭이었어요.
고급 레스토랑들은 운영하는 큰 그룹에서 운영하는 만큼 여러 면에서 만족할 만한 식사와 서비스를 제공받은 기분이었어요. 서버님이 나이가 좀 지긋한 중국 분이셨는데 많이 캐주얼하시고 친절하셨습니다. 근데 목소리가 너무 크셔서 내향인은 좀 힘들었어요. ㅎㅎ 전체적으로 식사는 무난한 편이고요. 세트메뉴답게 호주를 대표하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안정감이 있는 반면에 조금 뻔하고 심심한 메뉴인 것도 사실이었어요. 다음에 와서는 단품으로 시켜보고 싶어요. 서버님이 케이크에 초를 꽂아 서빙해 주셔서 팁을 조금 드리고 나왔어요. 호주는 미국처럼 팁이 의무사항을 아니에요. 그래도 조금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요구하기도 하고 팁을 주고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게 의무는 아니고요. 팁을 주는 기준은 내가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았냐인 거예요.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요 아이를 만났습니다. 쿠커바라라는 호주 새입니다. 꽤 자주 보지만 요렇게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없는 새인데 이게 웬 횡재인가요. 새치고 비율상 머리가 너무 커서 제가 '대가리'라고 부르는 새입니다. 울음도 매우 크고 요상한데 머리가 커서 너무 귀여워요. 요 아이는 아직 덜 자란 개체인 듯해요. 아직 어린 아이라 도망갈 줄도 모르는 것인지 바로 앞에 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고 너무 좋았어요. 건강하게 자라렴~
이렇게 야생동물과 뜻밖의 조우를 할 수 있어 행복한 나라가 호주인 거 같아요.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리플스 차우더베이 추천합니다. 굳이 식사가 아니어도 커피나 음료를 즐기실 수도 있으니 호주 항구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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