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살다 보면 여기가 공산국가인가 싶게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요. 아무래도 땅은 크고(한반도의 77배) 인구는 그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겠죠. 또 한 가지는 호주는 아시다시피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요. 북반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물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입도 한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거 같아요. 호주 대도시에 오시면 슈퍼마켓체인 딱 두 군데가 눈에 띄실 거예요. 하나는 콜스(coles)이고 또 하나는 울워스(Woolworths)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호주사람들도 우리처럼 말 줄임을 좋아합니다. 애프터눈은 아보, 선글라스는 써니, 바비큐는 바비 등등이 있어요. ㅎㅎ 좀 촌스럽나요? 그래서 울워스도 줄임말이 있는데 울리스입니다. 앗, 줄임만인데 세음절이네요? 이건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의 입장이고요. 이들 입장에서는 Woolworths가 Woolies로 비교적 단순하고 발음하기 쉽게 변한 거예요. 단복수 구분이 철저하지 않은 한국어 사용자들인 우리들은 자주 ‘울리‘라고 하는데요. 호주사람들은 싫어라 합니다. 울리스래요. 왜냐면 체인이니까요. 울리 슈퍼마켓이 하나가 아니라 호주에 천 개가 있으니 울리스인 겁니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호주 슈퍼마켓 체인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여행가서 하는 재밌는 액티비티 중 하나는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일이에요. 여기 사람들은 뭘 어떻게 먹고사나 궁금하기도 하고 물가를 비교해 볼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 식비도 절약할 수 있고요. 다음날을 위해 간단히 간식거리랑 물만 챙겨도 여행 중에 특히 경비절약에 도움이 되지요. 또 친지와 친구들에게 줄 간단하고 재밌는 선물을 구입할 수도 있고요.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호주를 꽉 잡고 있는 두 슈퍼마켓 체인은 콜스와 울워스입니다. 그리고 추가하자면 IGA와 ALDI, Foolworks정도가 있어요. 일단 호주에서 가장 많은 슈퍼마켓체인은 울워스라고 합니다. 약 1,000개가 있다고 하네요. 울워스하면 그냥 슈퍼마켓이겠거니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외에도 BIG W라는 생활잡화체인을 운영하고 있고요. 온라인 배송 서비스, 신용카드 서비스, 주류판매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슬롯머신사업도 했는데 지금은 이미지 쇄신을 계열사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브랜드들이 하고 있는 부동산 사업 역시 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울워스가 위치해 있던 자리에 건물을 부수고 지상 4-5층의 건물을 새로 짓고 1,2층엔 울워스를 들이고 위에는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법으로 지난 십여 년간 많은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울워스의 가장 큰 특징은 편의성과 가격입니다. 제 경험상 울워스는 접근성이 좋은데 많이 위치해 있고요. 가격이 콜스에 비해 좀 아주 살짝 싼 것 같아요. 요새는 한국상품을 아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 있어요. 각각의 체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드니 시티 타운홀점에 가면 꼬북칩부터 양파링, 빼빼로, 고래밥까지 한국의 많은 과자와 식료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제가 호주를 처음 여행했던 것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유치되던 해였는데요. 그때 라면과 참치 통조림을 무겁게 들고 다니며 3일에 한 번씩 뱃속부터 올라오는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왜냐면 그때는 한국식료품을 파는 곳이 없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요새는 한국식료품은 안 파는 곳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지요. 몇 년 된 이야기이지만 제 친구가 그랜빌이라는 지역에 살았었는데요. 상대적으로 좀 못 사는(?) 동네예요. 거기에 있는 울워스에서 불닭볶음면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점원에게 이 제품이 잘 팔리냐고 물어봤다고 해요. 그랬더니 그 점원 왈, 이게 없으면 슈퍼마켓에 폭동이 날 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콜스, 역시 울워스처럼 여러사업을 하고 있는 거대 슈퍼마켓체인입니다. 호주에 약 800개의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콜스도 온라인 배송서비스, 주류판매를 하고 있고요. Flybuys라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울워스와는 다르게 부동산사업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한국분들은 대체적으로 콜스를 좀 더 선호하시는 성향이 있어요. 콜스의 신선제품들이 더 퀄리티가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매장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콜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약간 고급화 전락을 사용하는 듯합니다. 부촌으로 분리되는 채스우드의 경우 매장이 상당히 고급스러운데요. 마치 백화점 식품코너를 연상시키는 듯한 매장분위기와 차별화된 매장구성이 인상적이에요. 슬픈 현실이지만 집값이 비싼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의 물건들이 대체로 더 퀄리티가 좋더라고요. 예를들어 본다이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부촌이잖아요. 여기에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파는 6불정도 하는 화이트 초컬릿 머드 케익이 있는데요. 본다이 지점 것이 훨씬 더 맛있더라구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IGA는 사실 제가 선호하는 슈퍼마켓체인은 아닙니다. 일단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지않고 가격이 비싼 경향이 있어요. 주로 타운 자체가 작아서 콜스와 울워스가 들어가지 않는 동네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에 약 400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콜스랑 울워스와는 다르게 개별매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IGA에 가면 다른 매장에서는 보지 못하는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지역에 따라서 좋은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Foodworks는 멜번이 위치한 빅토리아주나 애들레이드가 위치한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많이 보실 수 있는 체인이에요.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거의 보시기 힘든 체인입니다. 빅토리아주를 여행할 때 자주 방문하는 곳인데요. 개인적으로 IGA보다는 푸드웍스가 좀 더 낫다는 생각이에요. 물건도 더 다양하고 가격도 좀 더 합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Aldi는 독일계 저가형 슈퍼마켓이에요. 호주에 와서 처음에 학교를 다니던 시절, 근처에 있어서 자주 들렀던 곳이에요. 거기에 가면 가난했던 시절(?)이 떠오른달까요. 지금도 부자는 아니지만요 ㅎㅎㅎ 일반브랜드들도 있고 유명브랜드를 모방한 제품들도 섞여있어요. 예를 들자면 '네슬레'가 아니라 '니슬리'이런 식으로요. 물가가 비싼 호주에 단비 같은 체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맛있는 치즈케잌 하나 추천하고 갈게요. 울리스에서 사실 수 있고 콜스에는 아직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인데요. 정말 크고 가격도 싸고 맛있었던 혜자 상품이었는데 최근에 가격은 꼴랑 2불 줄이면서 사이즈는 대폭 줄였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맛있고 가성비가 좋으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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