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일단 한국처럼 그지 같은 이웃이 없고요. 가까이에 뉴질랜드가 있지만 관계가 좋은 형님 아우 같은 사이랍니다. 영주권을 받고 처음 뉴질랜드에 입국했을 때 출입국장에서 입국심사를 보던 분이 여권에 체류기간을 무한대(indefinite)로 찍어주어 황당하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경제규모가 작아서 많은 분들이 호주로 일자리를 찾아옵니다. 블랙핑크 로제도 뉴질랜드에 태어나 여덟 살에 호주로 넘어와 살았다고 하지요. 호주는 땅덩어리도 넓지요. 물론 가운데는 사막으로 거의 못쓰는 땅이긴 하지만요. 자원도 많아서 국제사회에서 남눈치 많이 안 보고 삽니다. 근데 단 하나, 아주 치면적인 단점이 있는데요. 집값이 어마무시하게 비싸다는 겁니다. 이게 예전에는 거의 시드니 한정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에는 상향평준화를 이뤄서 이제 호주 그 어디도 만만한 가격의 집이 없어졌어요.
제가 호주 집 전문가는 아니지만 호주에 관심이 있는 분께 간단히 설명드릴 수 있는 정도의 짬빠(?)는 있기에 오늘 얘기 해보자 합니다. 일단 호주의 집은 크게 하우스, 아파트먼트(이하 아파트), 유닛, 타운하우스, 빌라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하우스는 우리가 아는 그 하우스가 맞습니다. 호주의 하우스들은 참 개성이 넘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집들마다 구조가 달라 집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근데 2층 하우스의 경우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요. 보통 거실과 주방을 1층에 배치하고 2층에 방을 2-3개로 꾸미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방을 배치하는지 모를 일이죠. 이 경우 보통은 1층에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화장실이 하나 있고요. 2층 안방(보통 마스터베드룸이라고 부릅니다)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를 온스윗(en suite)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안방 바깥에 화장실이 하나 더 있고 주로 욕조가 여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우스는 구매할 경우 관리비가 없어서 좋은데 렌트를 할 경우 마당에 있는 잔디나 나무 등 조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해요.
아파트는 우리가 아는 그 아파트 맞습니다. 로제 덕분에 이제 한국인이 어떻게 아파트를 부르는지 세계가 다 알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처럼 대단지의 아파트는 거의 없구요. 있어도 두세동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7층이상을 고층아파트라고 부르는데요. 40층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로 시티나 파라마타에 있습니다. 파라마타는 제2의 도심으로 개발된 동네예요. 시드니는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로 불리기도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처럼 포괄적인 대도시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큰 개념으로 시드니를 보았을 때 파라마타가 거의 중심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개발을 하고 정부기관, 교육기관을 그쪽으로 많이 이전을 했습니다. 방 두 개의 아파트인 경우 오래전에 개발된 아파트들은 보통 화장실 한 개, 비교적 고급아파트이거나 최근에 개발된 아파트의 겨우 온스윗 하나, 거실에 하나 두 개인 경우가 많아요. 가격도 50불 정도 차이 나는 게 보통입니다. 아파트의 경우 다음에 설명드릴 유닛보다 렌트비가 100불-150불 정도 비싼데요. 아무래도 좀 더 새것일 경우가 많고 엘리베이터 등등으로 관리비가 비싸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차장의 경우 대부분 자기 자리가 따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또 대개의 경우 문을 달아놓아서 차가 없는 경우 스토리지로 쓰게 합니다. 이걸 '락업가라지(Lock-up garage)라고 부릅니다. 이게 참 유용한데요. 시드니의 아파트의 경우 수납때문에 참 기가 차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만을 늘리고자 하는 시공사들의 사는 사람의 편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할까요. 겨우 각 방에 빌트인 옷장만 있는 수준이고 다른데 수납할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같이 정리를 못하는 사람은 참 곤란한 경우가 많아요. 방음에도 참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기둥구조로 층을 올린 뒤 벽을 만들어 세대를 나누기 때문에 벽이 정말 얇습니다. 그래서 옆집에서 헛기침하는 소리,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유닛은 한국의 연립주택에 해당합니다. 보통 방이 하나에서 세개정도 있고요. 오래된 유닛의 경우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집값이 좀 싸지요. 호주는 크기와는 상관없이 방의 개수로 집을 구분하는데요. 집이 넓으면 렌트비가 좀 더 비싸긴 합니다. 한국처럼 필로티로 된 구조가 많이 있지만 한국처럼 기둥이 보이는 그런 구조는 아니에요. 락업가라지로 되어있거나 세대별로 주차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아파트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을 해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일단 고층 아파트의 경우 대문만 단속하면 그 외에는 방범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요모조모 쓸모 있는 집을 고르자면 예전 8-90년대에 지어진 유닛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기둥구조가 아니어서 제대로 된 벽을 갖추고 있어 방음이 더 좋고요. 세탁실이 따로 있어서 세탁실 겸 창고로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곳곳에 벽장을 만들어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숨겨둘 수 있게 해 놓은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타운하우스는 한국의 타운하우스 개념과 같습니다. 보통 2-3층으로 지어져있고 한 단지에 세대수가 많은 편이지요. 대체적으로 1층에는 주차장과 창고가 있고요. 2층에는 거실과 주방, 3층에는 방 2-3개가 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타운하우스의 경우집주인에게 땅의 소유권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우스에 비해 집값이 좀 싼 편이에요. 주로 시드니 외곽지역(시티에서 차로 30-40분 떨어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이 더 많기 때문에 성장하는 자녀를 둔 젊은 가족들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빌라는 타운하우스와 비슷한데 주로 단층으로 되어있고 세대수도 더 작다고 합니다. 주로 싱글이신 분들이나 성장한 자녀들이 독립한 후에 노부부들이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외에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보면 그래니플랫(Granny Flat)이 있습니다. 원래는 노부모나 조부모(Granny, Grand parents)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지만 임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방 하나 빌리는 거보다는 비싸고 원베드 유닛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특징입니다. 보통 침실 거실이 한 공간에 있고 작은 주방과 화장실이 딸려있어 독립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이 공간을 에어비엔비로 활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작은 사업채를 운영하는 경우 사무실이나 스튜디오로 쓰이기도 하고요. 가족이나 친지들이 방문하는 경우 숙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호주도 한국처럼 집값이 현재 큰 사회이슈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모든 것이 올랐지만 집값은 상식을 초월하게 많이 올라서 상향평준화를 이루었습니다. 집값만 해결되면 참 좋은 나라인데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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