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호주이민을 고민하는 분들께 호주이민자가 드리는 글

by 룰루띠 2024. 11. 19.
반응형

호주에도 호주 한인여성들의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면 심심치 않게 호주이민을 후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요. 또 향수병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세계에 있는 모든 나라를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다 가보지 않아도 완벽한 나라가 없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지요. 호주도 완벽한 나라는 물론 아닙니다. 호주와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고민의 폭이 더 큰 것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호주의 단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일단 제일 큰 단점은 심심하다는 겁니다. 많이 심심합니다. 많이 알려진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 호주는 심심한 천국이라고 불립니다.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상점들이 6시면 문을 닫고요. 자정까지 하는 영화관, 밤 9시까지 하는 음식점, 새벽 두세 시까지 하는 술집을 빼면 밤에 갈때가 없어요. 펍에서 밤새 놀다 새벽에 나오면 갈때는 터키인들이 하는 케밥집뿐이에요. 제가 이러고 논다는 건 아니고요. 아, 옛날이여. 시티에 있는 카페들 말고 동네에 있는 카페들은 대부분 오후 4시까지만 커피를 만들어줍니다. 두 번째 단점은 모든 게 느리다는 점입니다. 요새 온라인으로 물건을 시키면 다음날 배달이 오는 깜짝 서비스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데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주일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래도 한 달 이상 걸렸던 인터넷 연결 서비스가 요새는 일주일 정도로 단축되었으니까 많이 발전했달까요. 세 번째 단점은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거예요. 쇼핑에 있어 한국처럼 다양한 옵션을 제공받을 수 없어요. 호주는 대륙이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인 2천5백만 명 밖에 되지 않고요. 지리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인지 수입물품이 다양하지 않아요. 환경규제로 인해 제조업이 발달해 있지 않아 많은 상품이 수입되지만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들이랄까요. 한국처럼 옵션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네 번째 단점은 여러 인종과 섞여 살아야 하고 이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문제, 문화충돌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인종차별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네요. 저도 한번 당한 적이 있는데요. 어둡고 외진 밤거리를 걷고 있는데 덩치가 큰 남성이 다가오더니 "Go back to your country!"라고 외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공격할까 봐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차도로 내려간 적이 있어요. 가끔 제 발음을 못 알아듣는 척하고 "Sorry? Pardon?" 을 외치는, 그런 마이너 한 인종차별을 빼면 겨우 이 정도 경험 밖에 없으니 저는 렄키비키였던 거 같아요. 다섯 번째 단점은 영어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단점은 아니지요. 호주에 와서 살기로 한 이상 공용어인 영어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도 언어차별인 경우가 많아요. 상대가 영어를 잘하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함부로 공격을 못하거든요. 본인이 역공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십 년을 넘게 살아도 여전히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고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사는 이유도 말해볼까요. 제 기준이니 참고만 하세요. 첫 번째,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부의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에요. 완벽하다는 건 아니고요. 호주도 여느 나라처럼 자본가와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국보다는 부의 재분배가 더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일단 2024년 현재, 최저시급이 $24입니다. 시급이 한국의 두 배이지만 물가는 두 배가 되지 않아요. 근데 이게 다가 아니에요. 만약, 어떤 사람이 정규노동자가 아니라 한국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면 여기에 추가로 25%를 더 지급합니다. 그러면 시급은 $30이 되는 거예요. 유연하게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그래서 비정규직, 캐주얼로 많이 일하십니다. 그리고 어느 직업이든지 풀타임 정규직일 경우 일 년에 4주 정도의 유급휴가가 주어집니다. 눈치 보느라 못쓰는 게 아니라 어느 때던지 자기가 원할때 쓸 수 있는 휴가고요. 간호사의 경우 이게 6주가 됩니다. 또 직업마다 1주일 정도의 병가가 주어지고 자식이나 식구, 애완동물이 아프면 쓸 수 있는 병가도 주어집니다. 두 번째,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합니다. 인구로 보면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가 호주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 생각하고요. 자원이 많으니 국제정세에도 한국처럼 예민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좁아터진 시드니에서 생활할 때는 잘 모르지만 운전해서 멜번만 가려고 해도 하루에 가는 것이 살짝 무리가 돼서 중간 도시에 들러 자고 갈 때가 많아요. 시드니에서 멜번까지는 차로 열 시간 정도 걸립니다. 세 번째, 일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나이를 먹어서도 다시 학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50세가 넘어서 대학에 진학하거나 커리어를 바꾸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또 등록금은 정부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고요. 나중에 직업을 가지면 천천히 갚도록 합니다. 또 많지는 않아도 공부하는 동안 생활비 보조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가족중심적인 삶이 가능합니다. 쉬프트로 일하는 직업을 빼면 퇴근시간은 거의 5-6시이고요. 법정근무시간은 38시간이에요. 그 이상은 오버타임으로 페이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오버타임 근무를 매우 싫어합니다. 얼마 전 간호사로 일하는 제 싱글 친구에게 하소연 전화를 받았어요. 새로 취직한 병원에서 육아맘들을 배려한다고 싱글인 직원들을 7일 연달아 근무하게 로스터를 짰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부당하기에 당장 항의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어요. 싱글들에게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배려한다는 점에서는 가족이 중심이 되는 사회의 예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아이가 셋이면 두 부모가 놀아도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육아수당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 (호주의 Year 7) 수당이 끊어질 때쯤 늦둥이를 낳은 가정이 꽤 눈에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부모의 수입이 많은 경우 수당은 주어지지 않아요. 다섯 번째, 환경이 좀 더 자연친화적에요. 저희 동네는 시드니 시티에서 겨우 차로 15분이 떨어져 있는데요. 근처에 공원이며 산책로가 아주 잘 되어있어요. 그저 산책로가 아니라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마치 여행 온 듯한 기분을 주는 곳이에요. 이밖에도 차로 20분 정도만 가도 한국에서 부르는 하이킹, 호주식 표현으로 부쉬워킹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고요. 외곽으로 시드니에서 1-2시간 정도 나가면 곳곳에 국립공원이 있어요. 유명하지 않은 곳에 평일에 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 무서울 정도이지요.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주에는 거의 없지만 멜번이 있는 빅토리아만 가도 나무에 매달려있는 코알라를 아주 가끔이지만 만날 수 있답니다. 그외에도 야생에서 물개, 돌고래, 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캥거루, 웜벳, 이키드나(호주 바늘두더지), 쿼카 등을 쉽지는 않지만 볼 수 있답니다.
호주는 한국과 참 달라서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사실 생활해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부분들도 있고 그래서 선택이 더 어렵겠죠. 무엇을 포기하고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시면 좀 쉬울 거 같아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 생활의 편의성은 도저히 못 포기하겠다 하시는 분은 호주에 오래 살아도 한국이 그리우실 거에요. 예전에 80년대에 호주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쉽게 집도 살 수 있었고 물가도 싸고 평화로웠다고 하던데요. 사실 이제는 좀 어려워졌어요. 제가 이민 왔던 십여 년 전만 해도 경쟁도 덜 치열하다 느꼈는데 이제는 이민을 많이 받아 시드니 같은 도시의 삶은 많이 치열해졌어요. 그렇다고 지방으로 가기엔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고요. 그래도 남과 비교 덜하고 남눈치 덜보고 개인주의(이기주의 아님)로 사는 삶이 좋고 편하다 하시는 분들께 호주는 좋은 옵션인 거 같아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