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요함! 이 글은 개인의 매우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호주인들의 객관적인 특성을 말한다는 건 제게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제가 모든 호주인들을 만나본 것도 아니고 그들에 대한 연구를 한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십여 년이 훌쩍 넘는 호주살이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고 주워들은 얘기는 전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에 오기로 생각하신 분들이나 호주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분들이 참고로 하실 만한 정도의 얘기가 되겠네요.
일단, 저는 호주인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마무리를 좋게 해야 하는 관계로 단점부터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생각하는 호주인의 특성은 '의뭉스러움'입니다. 호주는 섬이지만 크기가 대륙인 관계로 섬사람의 기질(남 따라 하기)과 대륙의 기질(느릿함)을 다 같고 있다고 합니다. 판데믹 초기에 호주 정부에서는 마스크가 코로나 방지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호흡기 전염인데 마스크가 도움이 안 된다는 어불성설을 저는 믿지 않았고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서 주변사람들의 힐끌거림을 감수해야 했죠. 정부에서 마스크를 확보하게 된 이후에는 금방 말을 바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건 의료진들의 마스크를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을 다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기까지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한국과는 일처리 방식이 좀 달라 보였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발명한 자랑스러운 드라이브스루도 언제부턴가 슬쩍 도입하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이 발명했다고 크게 보도하지는 않아 내심 서운했습니다. 왜냐면 호주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데 이런 걸로 한국이 더 주목받고 알려졌음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기들이 똑똑해서 제작 내지는 도입한 것과 같은 인상을 줘서 한국출신으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주에는 일본문화추종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게 두 번째 특성인데요. 호주사람들은 일본으로 휴가를 자주 가고 좋아합니다. 일본문화를 소비하는 것도 아주 즐겨합니다. 탄수화물, 즉 설탕덩이리인 밥에다가 다시 설탕, 식초를 듬뿍 넣어 건강에 무척이나 해로운 스시를 '건강식품'이라고 믿고 스시를 소비하는데요. 스시가 맛있어서 먹는 것은 괜찮지만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것처럼 '망가'나 '애니메' 같은 귀여운 모습만 보고 맹목적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호주인의 모습에 한국 출신의 호주인으로서 배알이 꼴리는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호주는 일본에 공습을 받은 역사도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호주 서북에 위치한 다윈항에 전투기로 두 차례 폭격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의 나이 먹은 세대들은 일본을 싫어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들은 일본을 동경하는 분위기입니다.
세 번째, 호주인의 특성은 뒷담화하기입니다. 물론 뒷담화라는 것이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호주에서는 앞담화를 특히 경계하는 문화(harass에 대해 민감해요) 때문에 더 뒷담화가 성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요. 회사를 다니면 온갖 소문과 사건들을 제3의 통신으로 인해 접할 수 있는데, 퇴사를 하고도 이전 동료들로부터 계속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합니다. 한 번은 호주의 저가항공사 젯스타의 서비스에 크게 실망하여 전화로 항의를 하려 하였으나 호주인이었던 전 남자 친구가 직원들을 괴롭하지(harras) 말라고 해서 황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호주인들이 젯스타 욕을 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게시판에는 자주 연착하고 결항하는 젯스타에 대한 욕이 엄청나게 있습니다. 앞에다 대놓고 안 할 뿐입니다.
그럼, 호주인들의 좋은 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호주에는 'Duty of care'라는 호주인으로서의 의무가 있습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사회의 암묵적인 룰입니다. 오래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리가 풀려 반쯤 주저앉은 적이 있었는데요. 근처에 있는 분이 빠르게 나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괜찮다고 여러 번 말씀을 드렸는데 계속 제가 괜찮은지 확인하시더라고요. 또, 전에 시드니에서 알게 된 영국인이 있었는데, 친구와 배를 타고 둘이 바다를 항해하던 중 배가 전복되어 호주근해에서 구조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의 사정이 딱하다고 호주정부에서 일 년짜리 비자를 주어 호주에서 일하고 돈 벌어서 영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더군요. 또 하나는 '관대함'입니다. 호주는 세계적으로도 기부를 많이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살기가 많이 팍팍해진 편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최저시급을 보아도 시간당 $24.10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물가가 높으니 당연한 거 아니야 하실 수도 있는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호주의 물가가 비싸지만 한국의 두 배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한국에 비해 시급은 2.5배 정도 되고 한 시간을 일하면 밥 한 끼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물론 호주에도 자기 배를 불리는 게 더 중요한 자본가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른 나라들에 비해 부의 재분배에 너그러운 편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호주인들의 느긋함을 꼽고 싶은데요. 몇 년 전 중국과 호주가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중국에서 호주를 '발바닥에 붙은 씹던 껌'으로 비유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호주인 전 남자친구의 반응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호주인들은 중국인들의 언론보도에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석탄을 팔지 않았어요. 그해 중국 겨울에 얼어죽은 사람이 많았다고 하고요, 호주는 중국의 조용한 항복을 받아내며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특성이라는 것이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호주는 한국면적의 77배 크기로 세계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그 안에 한국인구의 절반이 조금 넘는 2천7백만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보니 사는데 좀더 여유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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