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50대 여성 모씨와, 남편 대학생 아들딸이 시누이가 사는 호주 시드니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호주 십 대 여학생들이 일행을 향해 스프레이를 뿌렸고요. 버스 기사가 제지하자 10분간 안 내리겠다고 버티다가 내려서는 가족이 보이는 창을 향해 침을 뱉었다고 해요.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교민으로서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 사건이 인종차별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행복한 가족여행에 그런 일을 시드니에서 당하셨다는 게 마음 아픕니다.
일단 저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저는 십여 년이 넘게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호주의 도시들은 한국에 비해 지역마다 집값, 생활수준, 교육 수준의 격차가 큰 편이에요. 생활수준이 높은 동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생활수준이 낮은 동네에서는 일어납니다. 학교마다 격차도 매우 큰 편이에요. 등록급이 매우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생활수준이 낮은 동네에 있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나 일탈정도가 매우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특정지역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높은 비율로 임신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편, 제가 호주와서 놀랐던 많은 포인트 중에 호주 중고등학생들이 버스에 승차할 때 하는 행동이었는데요. 이들은 등교 시 버스를 탈 때 먼저 타지 않고 다른 승객들이 모두 탄 후에 승차하고 자리에도 거의 앉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는데요. 뉴스반장에 나온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호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게 속상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슬프게도 이런 일로 인해 경찰의 도움을 받기는 힘든게 현실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호주 경찰을 웬만한 강력사건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은 현장을 가능한 한 빨리 피하시는 것입니다. 일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녹화하거나 증거를 수집해 놓으시고요. 가능하다면 상대에게 단호하게 당신의 행동이 매우 무례하고 공격적이라고 차분하게 대응하시고요. 옆의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근데 'Duty of care(타인을 돌 볼 의무)'라는 아름다운 덕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주 사람들도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 경우 잘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개인주의 성향도 이런 행동에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자리를 피하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드립니다. 일단 버스에서 저런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하차 하시구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든 가족이 버스 드라이버 근처로 자리를 옮기시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상황을 피하기만 하는게 좋다는 건 아닙니다. 상황이 종료된 후 안전한 상태에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적극적으로 미디어나 관계기관에 알려야합니다. 그렇게 인종차별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조금씩 없애나가는 노력을 해아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겪을 경우 , 아래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1. 호주 인권위원회 (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AHRC)
전화: 1300 656 419 또는 (02) 9284 9888
웹사이트: http://www.humanrights.gov.au
이메일: complaintsinfo@humanrights.gov.au
온라인, 우편, 이메일로 불만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2. 주별 인권 관련 기관
NSW 주: Anti-Discrimination NSW
빅토리아 주: Victorian Equal Opportunity and Human Rights Commission1
3. 경찰
긴급 상황: 000
비긴급 상황: Police Assistance Line (131 444)
3. 사건 발생 장소 관할 기관
대중교통: 해당 교통 담당 부서
학교: 교사나 카운셀러
직장: 관리자나 인사부
4. 온라인 인종차별의 경우
각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관리자
Office of the eSafety Commissioner
5. 레드펀 법률 센터 (Redfern Legal Centre)
전화: 02 9698 72774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칼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모두 별빛을 쏟아내던 별가루로 만들어진 단일 종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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