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는 달랐던 시드니의 모습
유학을 간다고 지인들을 만나고 다닐 때 이태원에서 유명한 브런치집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가 호주로 유학을 간다고 하니 매니저 오빠가 시드니? 거기 왜 가? 거기 길에 막 캥거루 뛰어다니는 동네에 무슨 공부를 한다고 가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본인은 미국유학을 다녀와서 그런 건가 싶었지만 그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유학이 목적이 아니라 유학 후 이민이 목적이니까 캥거루 쫌 뛰어다니면 어떻겠습니까?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속 편하게 택시를 타고 엄마와 함께 있을 2주일간 묶을 단기 숙소가 있는 버우드로 갑니다. 버우드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고 공항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은 더 후져 보일 때였습니다. 이때 택시 안에서 엄마는 내가 얘를 이런 곳에 두고 가야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제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시드니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습니다.
버우드에 도착해서 방이 두개 있는 유닛의 작은 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주인은 시드니대에서 토목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는데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습니다. 조용하면 바퀴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런 부엌을 가진 집이었습니다. 그땐 그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보다 했는데, 지금은 압니다. 집이 깨끗하면 바퀴 따윈 없습니다. 물이라도 살 겸 엄마와 함께 버우드를 돌아보려 나갑니다. 버우드는 백인보다는 중동계 중국계가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시드니까지 왔으니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려고 합니다. 호주는 술을 파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Bottoe shop 보틀샵이라고 하는데, 계산할 때 어려 보이면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보틀샵에 친절한 남자분이 넉살좋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엄마가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답합니다. 오늘 한국에서 도착했다고 하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알려줍니다. 이것이 호주에서 처음 받은 추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보틀샵에서 일하는 남자와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안 했는데, 호주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 남자분, 보틀샵을 여러 개 운영하고 시드니에 대저택을 소유한 재력가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허름하게 입고 카페에 오는 노숙자 아저씨가 말끔한 정장을 입고 카페에 오는 신사분 사무실의 건물주라는 걸 알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오페라 하우스
다음날은 시티로 나갑니다. 버우드에서 시티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일단은 은행계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시티 타운홀쪽에서 웨스트팩 은행 계좌를 개설합니다. 호주 은행 중엔 커먼웰스가 가장 큰데 왜 웨스트팩 계좌를 개설하기로 했는지 의문입니다. 아무튼 무사히 계좌도 개설하고 시티를 걸어봅니다. 그래도 와봤던 곳이라고 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여름이라 길가에서 체리를 팝니다. 시그니 여름에는 체리와 망고를 실컷 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걸 기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순하고 조용한 것이 이곳의 삶입니다. 아무튼 체리를 사서 공원 수도에서 씻어 하나씩 먹으면서 시티를 걸어 다녀 봅니다.
마틴스퀘어는 작은 광장 같은 곳인데 주변에 회사가 많아 멋진 호주미남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 중 나와 성정체성이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시므로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일끝 나서 들러 한잔씩 하고 가는 Bar들도 주변에 많이 있으니 오후에 가신다면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마틴스퀘어에 아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습니다. 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라니 너무 신기합니다. 트리 앞에서 민소매를 입고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봅니다.
좀 더 걸으면 갈래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 가면 초기개척자들의 발자취가 아직 남아있는 록스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서큘러키입니다. 이곳은 시드니에서 가장 큰 페리 선착장입니다. 가끔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오션라이너들이 정박해 있기도 합니다. 서큘러키에서 가던 방향으로 계속 쭉 걸어가면 오페라하우스입니다. 저는 일 때문에 다양한 시간대에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했는데, 아침 일찍 사람이 거의 없을 때가 정말 좋습니다. 아니면 해가 지기 직전 한 시간 정도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두고 석양을 볼 수 있는 시간에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오페라 하우스 밑에는 레스토랑과 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릿세 등등은 없으니 걱정 마시고 아무 데나 앉으시고 맥주나 와인 한잔 드시면서 아름다운 시드니 항구를 구경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 모녀는 오페라하우스 가는 길, 물가 쪽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음료를 하나시켜놓고 시드니항을 감상합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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