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선택하게 된 이유
어떻게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는지는 슬픈 개인사이니 우울하기 때문에 패스하기로 합니다. 호주와는 나름 많은 인연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너무나 재밌었던 브루마블게임을 했을 때부터 호주 시드니는 제게 참으로 이국적인 도시였습니다. 오페라하우스의 그 세련된 자태가 저를 향해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거 같았습니다.
제 고등학교때 남자친구는 딴지일보팬이었습니다. 그를 따라서 딴지일보에 올라온 호주 이민성공기를 읽으며 막연한 동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역마살이 있어서 여행 이민 이런 거에 워낙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절친이 멜번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얘기를 들으며 참으로 궁금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에 따르면 본인이 어느 날 멜번 카페에 앉아있는데 어떤 호주 남자가 다가와 꽃을 주면서 너무 아름답다고 데이트 신청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멜번에 가면 그런 로맨틱한 경험을 해보나 했지만 제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남들은 유럽여행을 계획할때 저는 혼자서 호주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혼자였다면 그대로 눌러앉아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전 남자친구가 같이 오는 바람에 이민의 시기가 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흘러 늦은 감 있게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고 영주권을 바로 받을 조건이 안 되어 유학 후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많은 여성 분들이 남자친구와 동거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것을 보고 참 씁쓸했습니다. 제 주변에 제 힘으로 받은 사람은 저와 컬리지에서 만난 친구 딱 두 명밖에 여태 보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사실 지구에서 당시 쉽게 이민을 받아주는 나라가 호주와 뉴질랜드 둘 뿐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는 없었기에 심정적으로 더 가까운 호주에 오기로 맘을 먹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시드니로 결정하게 된 이유
호주의 주도시로는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케언즈, 다윈 정도가 있습니다. 서울에 살았었고 대도시를 선호하기에 첨부터 시드니와 멜번을 두고 고민을 했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시드니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배낭여행을 왔을 때는 멜번의 이미지가 더 좋았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도, 졸업을 하고 나서 취직을 하기에도 시드니가 더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또 이미 친구 한 명이 시드니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시드니에 온 후 이 친구와 가까이 살고 싶었지만 제가 왔을 때 이미 그녀는 파트너와 살고 있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또 학교입학을 위해 아이엘츠를 공부하다가 학원에서 알게 된 언니도 마침 시드니로 결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찌 됐건 아는 사람이 한 명 없는 곳보다는 두 명이라도 있는 시드니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름 좋은 점을 설명하자면 일단 시드니는 호주에서 가장 좋은 날씨를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절대 없습니다. 지금은 많이 습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습도가 매우 낮아서 그늘에 가면 여름에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그런 환상적인 날씨였었습니다.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불리는 항구도시라서 아름답고 해변가가 엄청 많아서 맘만 먹으면 11월부터 3월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해변가 자릿세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나 현 남자친구가 멜번 출신이라서 멜번에 자주 가곤 하는데 갈 때마다 멜번이 너무 좋기는 합니다. 일단 유럽 같은 클래식한 도시풍경이 아름답고 중심가가 바둑판처럼 생겨서 다니기도 편합니다. 중심가에는 아직도 트램이 다니고 있어서 도시의 분위기도 살려주고 심지어 무료라서 매우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단 한 가지 날씨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여름에서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서늘하다 갑자기 폭염이 쏟아지는 극단적인 날씨로 악명이 높은 편입니다. 날씨에 기분을 많이 타는 분들은 살기 분명 힘든 도시일 겁니다.
아이엘츠 분투기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영어점수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대학때 토익공부가 마지막 영어공부였다면 아마 용기를 내기 더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호주 배낭여행을 다녀온 저는 영어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절감하고 있었고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 무료신문을 보면서 매일 영어공부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했고 종로에 있는 아이엘츠 학원에서 저보다 나이가 좀 많았던 언니를 만납니다. 그녀는 제게 아이엘츠는 영어공부가 아니다, 이것은 시험이니 빠르게 스킬을 획득해서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 조언이 나중에 PTE공부를 할때에도 제게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종로학원에서 대충 아이엘츠에 대한 감을 잡은 저는 회사를 다니며 매일 저녁 퇴근 후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카공족이 제가 거의 시초라고 생각할 만큼 그때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일단 집에 가면 유혹거리가 너무 많고 그렇다고 독서실에 가자니 회사원이 할 짓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를 해보니 생각보다 공부가 잘 되어서 놀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안 마시던 저는 저녁마다 커피 한잔씩을 마시며 카페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부족한 부분은 강남역, 압구정동에 있는 단과학원을 다니며 보충합니다. 그리고 두세번째 시험에 원하는 점수를 얻었음을 직감하고 다음 시험을 땡땡이치고 일본으로 출장 겸 여행을 갑니다. 두 번째 글로 이어집니다.
'호주이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발음은 촌시러 (0) | 2024.04.13 |
---|---|
이민자의 삶이란 (0) | 2023.03.03 |
드디어 시드니에 도착 (0) | 2023.03.03 |
태국에서 사기를 당하다 (0) | 2023.02.27 |
이민가기 전 도쿄여행 (0) | 2023.0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