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 6월이 되면 비비드 시드니 축제를 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비비드 시드니는 호주 촤대 규모의 빛, 음악, 아이디어 및 음식 축제라고 한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달링 하버 등에서 시드니의 중심 거리까지, 올해는 2024년 5월 24일부터 6월 15일까지 축제가 이어진다. 호주의 6월은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버리고 모든 레스토랑과 상업시설은 텅텅 비게 된다. 모든 축제가 그렇듯 시드니의 관광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비비드가 6월에 개최된다.
호주도 현재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 이자율이 올라 주택구입한 사람들이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 급여는 크게 오르지 않지만 모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뉴스가 반복되고 있어 사람들이 더 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비비드를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 기간에는 비비드가 개최되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비비드가 개최되던 해에 주말에 비비드를 보러 나갔다가 엄청 당황한 경험이 있었다. 페리 선착장인 서큘러키에 있었는데 인파로 옴짝달싹 못하고 그 대열에 휩쓸리는 경험을 했다. 경찰도 진행요원들도 보이지 않았고 군중은 스스로 갈 길을 찾아야 했다. 나이 먹은 엄마와 축제를 보러 갔던 나는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고 작년엔 아예 비비드를 보러 가지 않았다. 올해는 다행히 경찰들도 보이고 진행요원들도 보이고 정돈이 좀 된 느낌이다.
이제 70대가 된 엄마를 모시고 비비드를 어떻게 즐길까 고민하다가 크루즈를 예약했다. 어떤 날이 좋을까 고민하다 보니 주말에 드론쇼를 한다는 것을 보고 주말, 좀 더 사람이 적은 일요일로 예약을 했다. 그러나 실수였던 게 일요일 다음날이 공휴일, King’s Birthday(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고 Queen’s Birthday에서 바뀜)라 사람이 아주 많았다. 디너 크루즈도 있는데 식사가 어떨지 몰라 그냥 Light Cruise로 신청했다. 사실 하버크루즈는 처음이다. 배를 타고 싶으면 페리를 타면 되기 때문에 굳이 크루즈는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작은 회사들도 있고 캡틴쿡 같이 큰 회사들도 비비드 크루즈를 운영하는데 나는 캡틴쿡을 선택했다. 일단 엄청 큰 회사라 진행이 매끄러울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많고 대중교통도 어떻게 변칙적으로 운영될지 몰라 집을 일찍 나섰다. 50분 정도 먼저 도착했는데도 이미 10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서고 있었다. 당연히 빨리 입장해야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맨 꼭대기 갑판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배에 올라 갑판으로 가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니 또 서른 명 정도 이미 줄을 서고 있었다. 30분 정도 대기 하고 갑판 위로 올라가니 배 난간 쪽으로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사람들이 빠르게 점령하고 있었다. 매우 당황한 순간이었다.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나는 어느 자리가 가장 드론쇼를 보기에 적합한가 빠르게 고민해야 했다. 선실 때문에 조금 어두워서 아무도 선택을 하지 않은 뱃머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결론적으로 갑판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서 비비드를 즐길 수 있었다. 매우 흡족했다. 비비드 크루즈에서 드론쇼를 잘 즐기려면, 갑판, 뱃머리 왼쪽자리를 선점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우리의 배는 바랭가루 킹스 와프(King’s Warf)를 떠나 하버브리지를 지났다. 오른쪽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보이고 시드니 하버는 배들로 북적였다. 아마도 워킹홀리데이로 짐작되는 20대 한국 분들의 목소리가 우리 뒤쪽으로 많이 들렸다. 드론쇼가 9시 10분에 예정되었고 나는 우리 배가 어디에 정차해 있나 긴장이 되었다. 뱃머리를 돌리지 않으면 선실 반대쪽에서 드론쇼가 보일 것이므로 우리 쪽에서는 전혀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 배는 뱃머리를 돌려 우리 자리에서 드론쇼가 보이는 방향으로 서있었고 엄마와 나는 드론쇼를 매우 잘 즐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는 가깝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고생 없이 비비드와 드론쇼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매우 포근하던 날씨였는데 드론쇼가 시작될 무렵부터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배를 타면 항상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드론쇼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2층으로 내려왔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싶었으나 모두 차가운 음료, 특히 알코올뿐이었다. 그래서 컵라면을 시켰다. 와프로 돌아오는 동안 따뜻한 국물을 들이키며 크루즈 안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비비드 크루즈는 아주 만족스러웠고 내년에는 디너 크루즈를 해 볼 생각이다.
🫶🏼세줄 정리
1. 비비드 크루즈는 비비드를 즐기기 좋은 방법이다
2. 크루즈는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야 한다
3. 갑판으로 올라가 뱃머리 왼쪽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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