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에 김범수 콘서트를 예약했다.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했고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하나는 노래라는 한 길로 25년을 달려온 사람의 경지를 느껴보고 싶었다.
바쁘게 달려온 지난 7개월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수라는 직업은 최고의 직업이다.
일단, 타고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연습을 해도 기본 음색이 좋지 않거나 개성이 없으면 안 된다.
음색이 좋지 못하면 가수가 될 수 없고 개성이 없으면 가수보다는 뮤지컬 배우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타인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노래를 부르며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노래만 불러도 사람들이 돈을 주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날마다 다른 프로페셔널과 작업할 수 있다는 점,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매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직업인 거 같다.
두 달 동안 그렇게 기다렸는데 콘서트 2주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해서 겨울에 들어서고 있었다.
콘서트가 열리는 월요일부터 나는 심한 몸살에 걸려 일주일 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콘서트 당일날 일주일 만에 머리를 감고 콘서트를 보러 나갔다.
친구와 만나 밥을 먹고 김범수 콘서트가 열리는 State Theatre에 도착했다.
이 극장은 전에 기생충을 보러 왔었던 극장이다.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되는 극장이다.
이렇게 말하면 놀랍겠지만 시드니 시티 안에 있는 많은 빌딩이 이렇게 ’ 해리티지‘ 로 불릴 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이런 것이 시드니의 매력이다. 무엇이든 새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과는 달리 호주는 오래된 것들을 사랑한다.
나 역시 한국인이기에 맥주를 매일 쏟아 쾌쾌해진 카펫이 깔려있는 오래된 펍 같은 곳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건물과 카펫에서 나는 특유의 꿉꿉한 냄새는 싫지만, 잘 관리된 오래된 건물들은 너무 멋있어서 탄성을 내며 보게 된다.
예상대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극장에 있었고 놀랍게도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발이 넓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김범수가 노래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목소리였고 레코드로 들을 때와 너무 소리가 같아서 놀랐다.
세곡정도를 연속으로 부르고 나서 오늘 공연은 최대한 원곡을 살리는 스타일로 편곡했다고 알려주었다.
그것은 반가웠으나 본인 노래로만 구성을 했다고 해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박효신의 ’ 굿바이‘를 너무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나간다’를 부를 때였다.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나와서 힘들었다.
사실 친구와 같이 왔지만 그녀와 따로 떨어져 앉아있어서 나는 사람들 속에 섬 같은 상황이었다.
비즈니스를 오픈하면서 힘들었던 일, 그리고 아주 오래 만난 연인과 이별한 일, 아직도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내게 노래는 아픔이고 선물이었다.
다행히 눈물은 노래가 끝나기 전에 멈춰주었다.
모두 본인 노래로 구성했다고 했지만 중간에 이소라의 ‘제발’을 불러주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모두가 기다리던 ‘보고 싶다’는 거의 마지막에 불러주었는데, 자꾸 마이크를 관객으로 돌려 속상했다.
보고싶다는 콘서트의 절정과 같은 곡인데 좀 더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본인은 부르기 너무 지겹기도 하겠지만 관객은 너무너무너무 듣고 싶다구요.
그의 목상태 또한 그리 좋지 않은 듯 고음에서 약간 불안정한 모습을 두어 차례 보여주었다.
두번의 앙코르 후, 김범수 시드니 콘서트는 끝이 났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그가 계속 자기 관리를 잘해서 오래오래 노래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루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리딩 위시리스트 다운받으세요) (0) | 2024.07.23 |
---|---|
[책리뷰]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리뷰 - 개그맨 고명환 (책 읽는 습관에 관한 상반기 보고서) (0) | 2024.06.30 |
호주영어 공부에 도움되는 유튜브 채널 추천 (일간 소울영어, Aussie English) (0) | 2024.06.29 |
호주 본다이 정션 쇼핑몰 흉기난동 사건에 관한 이해 (2) | 2024.04.17 |
논리로 갑질하기 (Logic Bully) (Feat. 유튜브채널 미키피디아) (0) | 2024.04.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