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본다이정션 쇼핑몰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이 지났다.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마음 아파하고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젯밤 집에 오는 길이었다. 우리 집은 기차역에서 3분이면 걸어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약간 언덕이 진 길이고 서울처럼 밝은 가로등이 없다. 에어팟을 끼고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듣고 있었다. 저녁 6시 초처녁이었지만 가을로 들어 선 시드니는 어두 었다. 걷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바로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작은 여자분이었다. 그분이 덩치가 큰 남자가 아니고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한 순간,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호주 미디어의 태도
며칠 전부터 범인의 부모 얼굴이 뉴스에 노출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호부 브리즈번에서 약 한 시간 반가량 떨어진 투움바라는 조용한 도시에 살고 있다. 그는 티브이에 나와 울먹이며 자기 아들이 한 일에 대하여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어디 사는지, 그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고 있었다. 이십몇 년 이상 조현병을 앓고 있던 정신질환 환자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고한 6명이 희생되고 아직 여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중엔 9개월 된 아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인 부모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수 있을런지. 이차 가해가 생산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며칠 후 다시 시드니 다른 지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기도 헀다.
미디어가 범인 부모의 신상을 노출시킨 것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이들은 그의 부모를 비판하기도 한다. 왜 아들이 그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했냐고 한다.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범인은 이십 년 이상 질병에 시달려온 환자였다. 물론 그가 한 일은 정말 극악무도하다. 하지만 그는 40살의 성인 남자였다. 그의 부모는 70대의 노인이다. 세 살 먹은 남자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또래 아이들을 다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물며 40살 성인 남자를 70대의 부모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그런 중증의 정신질환 환자가 약물을 끊는 것을 선택하고 이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이 나는 더 무섭다. 최소한 그 지역의 경찰들은 그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범인에 대한 기사는 그가 젊은 시절에 데이트를 했던 여성의 사진(본인제공)과 이름, 그가 남자 에스코트로 광고를 게제한 것 등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중이 알아야 하는 내용인지 의문이다. 미디어의 태도가 정말 아쉽다.
호주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안
범인은 17세 때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18년간 병에 대한 치료를 받다가 몇 년에 걸쳐 약물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사들이 그에게 경고를 주었다고 한다. 35세이 2019년에 자신의 고향인 투움바를 떠나 브리즈번으로 갔다. 6개월간 약 없이 지내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아무에게도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고 한다. 그가 못 배우고 스마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는 대학 졸업자였다. 또 기사들의 내용을 보면 그는 소셜미디어에 같이 서핑할 사람을 구하는 등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원했다고 한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한국보다는 낮아서인지 호주에는 정신병 환자의 수가 한국보다 더 많아 보인다. 주변에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일이 있어 본다이 정션에 들렀다. 잠깐 시간을 내서 쇼핑몰 앞에 사람들이 조성해 놓은 추도공간에 들러보았다. 충격에 빠진 어떤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을 찾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경우 범인이 그 대상이 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 보인다. 앞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 중증 정신질환 환자들을 관리하는 의료시스템 정비가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하여 아픔을 겪은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사내용출처: https://www.abc.net.au/news/2024-04-17/joel-cauchis-path-stabbing-attack-bondi-junction-shopping-centre/103728968?utm_source=abc_news_app&utm_medium=content_shared&utm_campaign=abc_news_app&utm_content=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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