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외삼촌댁에 가건 이모네에 가건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부끄럽게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어간다. 지금은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쉬는 날 아침이면 5분 아침명상을 하고 북리더를 켠다. 그리고 보통 3-4권이 되는 책을 돌려서 읽는다. 내용이 너무 지루하다 생각되면 다음책으로 넘어가고, 잘 읽히지 않는 날은 한 챕터씩만 읽는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된 데에는 리딩 다이어리도 한몫을 한 거 같다. 내가 읽은 책의 한줄평도 남겨놓고 시작일과 마친 날, 좋은 문구들을 저장해 놓고 있다. 읽었던 책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어 좋고 읽은 책 리스트를 보면 일단 뿌듯하다. 오늘은 지난 6월 29일에 읽기를 시작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끝냈다. 그 책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일단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위해 마음의 평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교제를 줄이라고 충고한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일단 ‘친구’라고 부르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고 그런 친구들과 모두 연락을 끊으니 친구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나는 INTJ이다. 누가 그러는데 인티제가 친구가 많이 없는 건 인티제가 좋아하는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상대가 좋아하는 얘기를 마냥 들어주기도 힘들기 때문에 결국 인간관계의 폭이 줄어즐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공감했다.
인생을 고통이라고 말한 쇼펜하우어는 알고 보니 금수저였다. 그는 부모에게 받은 유산으로 평생 일도 하지 않고 연구만 했다고 한다. 철학자들이 많이 하는 대중강연도 안 했다고 하는 그가 어찌하여 인생에 대해 그런 부정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돈이 있다고 인생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돈걱정은 안 해도 되었던 사람이 인생을 고통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이 사람이 정말 고통이 뭔지는 아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부자로 살면서 돈에 대한 좋은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돈은 울타리와도 같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며 함부로 낭비를 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준다.
그는 똑똑할수록 더 불행하다고 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신경이 활발하고 고통을 느끼는 감수성도 예민하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해지려면 너무 지나친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틀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식을 넓혀가면서 느끼는 기쁨이나 행복감을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대 때 마흔에 접어든 사람을 보고 참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때 그 사람보다 나이가 많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는 마흔이 넘어도 지나치게 나이 먹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몸도 수련하고 마음도 더 수련해서 마지막까지 젊고 건강하게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제가 직잡 만든 리딩 위시리스트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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