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이 연착이 되어 호텔에서 숙박하는 행운
호바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앨리스 스프링스로 갑니다. 30분 정도 연착이 되었는데 이미 울룰루(구 에어즈락)로 가는 비행기는 떠나고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항공사 측에서 마련한 호텔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떠나게 되었습니다. 피곤한 배낭여행객에게는 달콤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공된 호텔은 꽤 깔끔하고 널찍한 호텔로 저녁식사, 아침식사 바우처까지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돈보다는 시간이 많았던 이십대였기에 마냥 기뻤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에버리진(호주 원주민)들이 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옷을 입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들은 원시부족 차람을 하고 다녔습니다.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그때 당시 저에게 큰 충격 자체였습니다. 마치 부시맨을 실제로 만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정말 놀랐던 것이 엘리스 스프링스에 있는 KFC에 들렀는데, 원주민 하나가 들어오더니 가게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있었는데 점원이 와서 몇 불을 쥐어주니 순순히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그들만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나 봅니다.
다음날 소중한 아침조식을 먹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우리의 비행기는 참 소중하고 아담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약 50면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비행기로 승무원은 단 한 명, 바람이 불 때마다 비행기가 위아래로 출렁거렸습니다.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무척이나 겁에 질리신 표정이었습니다. 비행기식은 제공되지 않았고 일인당 차 한잔, 쿠키 하나, 물이 제공되었습니다. 서빙을 마친 승무원은 노인분들의 손을 꼭 잡고 그분들을 안정시키는데 모든 비행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막에 홍수
드디어 울룰루에 도착했습니다. 각 관광지는 서로 떨어져 있고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부담이 되어 투어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3박 4일짜리 울루루, 카타추타(구 마운틴 올가), 킹스캐년을 돌아보는 상품으로 약 스무 명 정도의 인원이 투어가이드와 함께 버스로 이동하는 투어였습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투어가이드는 엘리스 스프링스 출신으로 사투리가 매우 심한 백인 남자분이셔서 저는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네덜란드에서 오신 아주머니가 친절하시게도 우리를 위해서 이것저것 대신 알려주셨습니다.
첫 번째로 울룰루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금지가 되었지만 그때는 울룰루 등반이 가능하던 때였습니다. 너무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비가 오고 있어 바위가 매우 미끄러워서 등반이 금지되었습니다. 울룰루는 커다란 하나의 바위로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울룰루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식사는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고 치워야 했습니다. 여기서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단체생활에서 늘 협력을 안 하고 개인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밥이 다 차려지면 나타나 밥만 먹고 설거지는 버려둔 채 담배를 피우러 가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이때는 개인 휴대폰이 없었을 때라 공중전화에 한 줄로 길게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 친구와 가족에게 전화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민폐 가족은 여기서도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래오래 전화 통화를 불어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가보지도 않은 프랑스와 프랑스인에게 선입견이 생기는 경험이었습니다.
카타추타에서 킹스캐년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이드가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다른 차 기사를 들과 얘기를 나누고 옵니다. 투어버스에 돌아와 얘기를 전하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어리둥절해 하자 네덜란드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사막에 삼십 년 만에 홍수가 나서 도로가 물에 잠기어 킹스캐년에는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킹스캐년 보는 것을 기대했던 제게는 너무 실망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닥은 다 젖어있어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 제비 뽑기를 해서 버스에서 잘 팀, 텐트에서 잘 팀을 나누었고 우리는 버스에서 잘 수 있었으나 가이드의 회유로 연장자에게 기회를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복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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