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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

조금은 조용했던 애들레이드

by 룰루띠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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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참한 도시

이십 대의 저에게는 애들레이드가 좀 조용하고 심심했습니다. 3-4년 전에 다시 애들레이드를 방문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이제는 제 정서와 맞춰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새의 애들레이드는 마치 오래전 시드니나 멜버른(호주발음을 따라 이하 멜번)이 갖고 있던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시티도 정말 작아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네 블록 안에 시티가 들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십오 분 정도만 걸으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왔었습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변에 위치한 아트갤러리, 도시 가운데 위치한 런들몰,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보태닉 가든이 인상 깊었습니다. 호주의 도시에는 보통 보태닉 가든이 하나씩 있는데,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꼭 들르셔서 아름다운 나무, 꽃들과 새들의 지저귐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애들레이드에 가면 바로사벨리

애들레이드는 뭐니뭐니해도 바로사밸리가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와인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는 게 여름 날씨가 너무너무 고약하게 더워서 병충해가 활개를 못 편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령이 100년이 넘은 나무들에 아직도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중 제가 가 본 곳이 토브렉(Torbreck)입니다. 가면 와인테이스팅을 할 수 있는데 그냥 와인을 무한정 공짜로 마시는 건 아니고 나름의 룰이 있다고 합니다. 본인의 예산에 맞는 정도의 와인까지 시음하고 한두병 사가지고 와야 한다고 하니 참조하세요. 호주 와인의 대표 품종은 쉬라즈입니다. 제게는 좀 화려하고 거칠게 느껴지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품종은 피노누아입니다.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으로 쉬라즈와는 정반대 되는 느낌의 와인입니다. 마신 다음날 숙취도 가장 약하다고 하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품종입니다. 

애들레이드의 여름은 정말 잔인하게 더웠습니다. 현 남자친구가 그때 좀 노령의 모터홈(우리식으로 캠핑카)를 갖고 있어서 연말 휴가 때 시드니 - 멜번 - 애들레이드 - 시드니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터홈이 애들레이드에 가니 덥다고 에어컨을 거의 작동을 못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주로 얼음을 사서 비닐에 넣어 묶어 목 뒤에 두르곤 합니다. 정말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삶아 남을 수 없었을 거 같습니다. 대체로 온화한 날씨이지만 가끔 사막에서 뜨거운 열기가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호주 가운데는 다 사막입니다. 이럴 때는 정말 많은 노인 분들이 돌아가십니다. 혹시 호주에 왔는데 너무 덥다 하시면 슈퍼나 주유소 편의점에 들러 얼음 한 봉지를 사시기 바랍니다. 5불, 한국돈 4천 원쯤 하니까 사서 얼음욕(?)도 하시고 음료에도 넣어먹고 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 더운 애들레이드가 겨울에는 또 그리 춥습니다. 거의 호주의 수도, 캔버라 다음으로 추운 거 같습니다.  가잔 한국과 비슷한 날씨를 가진 도시가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바위를 볼 수 있는 캥거루섬

캥거루섬은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애들레이드 근처에 있어서 덜 유명한 것이지 아마 시드니나 멜번 쪽에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섬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십여 년 전에 방문하고 그 후로 두어 번 더 애들레이드를 갔었지만 캥거루섬은 다시 방문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일단 방문 기간도 좀 짧았고 무엇보다 투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라 선뜻 다시 못 가 본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5-6년 전에 화재가 크게 일어나서 섬의 풍광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캥거루섬 투어를 했을 때 비포장 도로를 가로질러 가던 이키드나(바늘두더지) 생각이 났습니다. 투어버스에 있던 모두가 함성을 질렀습니다. 작고 뾰족하고 소중한 아이가 느리게 도로를 건널 때까지 투어가이드 아저씨와 우리가 기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불이 나면 이런 야생동물들이 많이 다치고 병들게 됩니다. 

캥거루섬에서 본 바다사자와 물개 얘기를 빼 놓을 수 없겠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야생의 바다사자와 물개를 본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많이 예쁘게 보이지만 사납고 힘이 세며, 특히 아기와 함께 있을때 어미들이 더 예민하다고 가이드가 주의주의를 주었습니다. 물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 뒤쪽에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 물개들이 올라와 일광욕을 즐기곤 합니다. 아무는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게 호주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애들레이드에 가시면 캥거루섬에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호주에는 예쁜 섬들도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태즈매니아가 있고요, 퍼스 옆의 로트네스트 섬, 동해안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해밀턴 아일랜드, 고급지기로 유명한 헤이만 섬 등등이 있습니다. 또 페어리 펭귄을 관찰할 수 있는 필립섬도 있습니다. 필립섬 옆에 있는 멜번이 다음 목적지입니다.

저도 이 앞에서 사진을 찍었지 말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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