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장거리 버스
멜번 - 시드니는 다시 버스로 이동합니다. 기차를 탔으면 좋았으련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기차를 탈 수 없었습니다, 또 한 번의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우는 아이와 이를 다그치는 엄마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밤새 달리고 달려 새벽에 도착한 시드니, 일단 숙소에 가서 짐을 푸는데 아. 뿔. 싸. 소니 워크맨(Walkman)이라고 불렸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오랜 된 얘긴 줄 아시겠습니까? 씨디 플레이어도 아니고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시절입니다. 아무튼 너무 화가 나거 정신줄을 나버릴 와중에 다행인 건 이 도둑놈이 카메라는 훔치지 않았던 겁니다. 내용인즉슨 큰 배낭은 짐칸에 실었지만 작은 배낭을 들고 타서 이걸 발밑에 내려놓았고 뒷자리에 있던 놈이 도둑이었나 봅니다. 제 추측에 카메라는 무게가 꽤 나가므로 이걸 훔쳤다가는 일이 커질 거 같으니 안 훔친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을 좀 청하고 시드니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가봅니다.
블루마블에서나 보던 오페라하우스가 눈 앞에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가 아니겠습니까. 일단 오페라하우스를 보러 갑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블루마블을 하면서도 늘 제일 이국적으로 느껴졌던 도시 시드니에 제가 있고 눈앞에 오페라하우스가 있습니다. 우리 커플을 둘 다 아는 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염장을 지릅니다. 물론 휴대폰을 가지고 여행을 하지 않던 시절이기 때문에 페이스타임 이런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서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오페라하우스라고 자랑을 합니다. 오페라하우스는 백 미터 미인 같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도 갔습니다. 멀리서 볼 땐 그렇게 멋있던 건물이 가까이서 보니 누렇고 좀 꾀죄죄합니다.
한참 돌아다니니 배가 고파집니다. 일단 푸드코트에 들어가 싸고 푸짐한 면요리를 시켜봅니다. 이 면요리 근데 어쩐지 맛있는 개밥같이 느껴집니다. 어묵, 면, 야채, 게맛살 이것저것이 막 들어있어서 뭔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싶은데 맛은 또 좋습니다. 나중에 깨닫게 된 게 이게 바로 락사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락사는 제가 즐겨 먹는 맛있는 말레이시아의 면요리입니다.
밥을 먹고 거리를 걷는데 호주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엄청 빨리 걷습니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고 엄청 바빠 보입니다. 역시 도시인들은 달라 보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다른 도시 사람들이 시드니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후후
2000년도는 시드니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습니다. 이 해 5월에 시드니를 여행했고 그래서 사실 도시 곳곳이 공사 중이었습니다. 시티 하이드파크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성당 세인트 메리는 보수 중이어서 아예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드니 여행이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가 이렇게 다시와 터를 잡고 이민자로 살아갈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습니다.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로 유명한 왓슨스베이?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시드니에 와서 페리를 안 탈 수 없습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 기차역인 서큘러키 역에 내리면 페리 터미널이 있습니다. 여기서 각기 다양한 곳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일단 영화 빠삐용에서 빠삐용이 탈출을 위해 바다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었다고 하는 왓슨스베이입니다. 그때도 생각했지만 굳이 그 장면을 호주에서 찍었을까 했는데, 역시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믿고 왓슨스베이로 구경을 갑니다. 해안가 절벽이 아찔하고 멋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아름다운 로즈베이가 있고 "페이를 더블"로 해야 한다고 더블베이라는 시드니 부촌에도 들러봅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가면 옷가게와 인테리어 소품 파는 가게가 많다고 합니다. 역시 더블베이에는 이들 가게가 아주 많습니다.
시드니는 예쁜 비치가 아주 많습니다. 시티와 가장 가까워서 더욱 유명해진 본다이 비치가 있고 서큘러키에서 페리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하는 맨리비치가 가장 유명합니다. 전 맨리에서 거주한 경험도 있고 맨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외노자의 신세였지만 일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을 늘 유쾌했습니다. 맨리에 와 있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고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습니다. 비치가 걸어서 오분 안에 있으니 물을 좋아하는 제게는 천국에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맨리에 오시면 메인 비치가 있고 오른쪽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그 끝에 쉘리비치가 있습니다. 스노클링 포인트이니 여름에 오시면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이쪽 공터 주차장에서 이키드나(바늘두더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멀리 안 가시고 이키드나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맨리에서 또 놓칠 수 없는 곳이 노스헤드입니다. 차가 없다면 페리 와프(Wharf)에서 161번 버스를 타고 가서 좀 걸으면 시드니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시드니의 스카이라인을 한 번에 감상하실 수 있는데 거의 세계에서 가장 멋진 풍광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트레킹, 호주식으로는 부쉬워킹이라고 하는데, 트랙도 잘 갖춰있으므로 꼭 와서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로써 오래된 배낭여행기가 끝이 났습니다. 다음편부터는 제가 지난 십 년 넘게 여행했던 호주의 아름다운 여행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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