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볼까?
참 더럽게도 싸우는 우리 커플이지만 그래도 아주 잘 맞는 게 있으니 그게 성향과 여행이다. 둘 다 좌파에 역마살이 둘째가라면 서럽게 많다. 그래서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노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참 많은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물론 그게 나만을 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바이런베이, 킹스 클리프, 트위드헤드, 골드코스트를 돌아오는 휴가를 떠났다. 몇번이나 간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더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갈 때마다 참으로 새롭고 좋은 곳이다. 호주가 더 좋은지, 한국이 더 좋은지 묻지만 그건 참 어리석은 질문이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호주는 화려하지 않고 때로는 심심하기까지 하지만, 늘 자연과 함께 조금은 더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다. 한국은 너무나 재밌고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살고 싶다.
각설하고, 보통 골드코스트를 갈때 우리는 이틀 정도의 여유를 잡고 간다. 11시간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이지만 하루에 몰아 운전하는 내 친구 같은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중간 도시에 들러 하룻밤 자고 간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도시는 벨린젠(Bellingen)이다. 이전에도 한번 다녀왔던 도시인데, 비슷비슷한 중소도시 중에 내가 기억하는 것을 보면 꽤 내 마음에 들었던 도시이다.
내가 좋아하는 호주의 작은 마을: Bellingen 벨린젠
이번에 벨린젠에 들린 이유는 남자친구가 누굴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 부부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합수프를 먹었는데, 수프보다는 빵이 아주 맛있었다. 참 의외이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호주에서 맛있는 빵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단순히 먹는 빵의 종류가 달라서 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한국의 빵들이 너무 맛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크로아상을 파리가 아닌 서울에서 먹었으니까.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캠퍼벤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참 신기하지만 난 잠자리가 아주 예민한 편인데, 온도, 습도, 소음 모든것에 영향을 받는다. 근데 이렇게 차에서 잠을 자면 신기하게 너무 잠을 잘 잔다. 솔직히 이건 환경보다는 다음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기인한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꿀잠을 자고 일어나서 나는 벤에서 아침을 만들어 먹고 남친은 카페에 가서 식사를 했다. 점점 아침에 빵이 싫어지고 있어서 같이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는 경우가 많이 없다. 암튼 각자 식사를 마치고 벨린젠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참 아기자기하고 예쁜 시골마을이다. 벨린젠의 경우, 마을이라고 하기엔 조금 크고 도시라고 하기엔 조금작다. 물론 주변을 모두 포함하면 그리 작은 동네는 아닌데 사실 번화가는 딱 길 하나에 위치해 있어 도시라고 부르기엔 좀 어패가 있다. 쇼핑할 곳도 은근히 많아서 여기저기 들러보다 예쁜 비누받침을 발견하고 남친 지인에게 선물할 것과 내 것 두 개를 구입하기도 했다.
작은 마을 치고는 참 힙한 곳이 많다. 위의 사진은 주유소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 / 식물을 파는 곳 (호주에선 보통 너저리nursery라고 한다)이다. 벨린젠의 힙스터들이 다 보여있었다. 벨린젠의 멋쟁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울펠트 모자를 써보라고 남친이 추천을 해주었다. 눈에 띄는 걸 대체로 즐겨하지 않는 나는 사양했다.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울굴가 Woolgoolga
작년에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면서 들렀던 남친 지인의 집에 인사를 하고 점심을 먹을 겸 들렀다. 오랫동안 호주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은퇴를 준비하시면서 몇 년이고 집을 알아보다가 선택한 집이라고 하시는데, 집의 위치가 정말 끝내준다. 집이 곶(head)에 위치해 있어 2층에 올라가면 거의 270도의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데 지금은 새로 지은 옆집에 가려 180도의 양쪽 바다뷰만 보인다. 이것도 참 경이롭다.
집의 가격은 대략 20억 정도를 예산하는데, 이렇게 부자인데도 참 검소하게 사신다. 연어통조림에 샐러드,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만든 샐러드를 점심으로 내어 주셨다. 통조림에 발암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보통 캔에 들은 음식은 참치캔 빼고는 잘 안 먹는데, 예의상 맛있게 먹었다. 언제나 와서 머물러서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참 감사했다. 남친과 이러저러 얘기를 나누고 다시 바이런베이를 향해 출발했다.
* 호주 로드트립을 하신다면 벨린젠, 울굴가 둘 다 들러볼 만한 동네이다. 벨린젠은 시드니에서 7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아침 일찍 출발할 경우 늦은 오후에 도착에 하루 쉬어 가기 좋은 위치이다. 울굴가는 좀 더 위에 위치해 있다. 개인적으로는 벨린젠을 추천한다. 호주의 작은 도시들의 경우 지루하고 볼 것이 많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벨린젠은 볼거리도 많고 먹을 곳도 많은 흥미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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